“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박계장님”
김형사는 헐레벌떡 달려와서 다급하게 외쳤다.
박계장은 처음에는 그것에 대해 무심하게 여겼다. 이 ‘시완시’는 범죄가 없는 깨끗한 도시이다. 박계장이 성완시 경찰에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범죄가 없는 깨끗한 도시를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 동안은 범죄가 없었다.아니, 없는 것 처럼 보였다는 포현이 맞는 것 같다. 혹시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박계장의 손은 조용히 덮는 것에 대해 실력이 있었다.
“조용히 덮어버려”
박계장은 조용하면서도 묵직하게 말을 건넸다. 사건은 조용히 덮는 게 특기인 박계장이라도 역시 살인사건을 덮는 건 힘들지만, 영 못할 것은 아녔다.
“그게… 저번처럼 덮는 게 가능할지…”
“멍청한 놈! 우리 시완시는 범죄없는 도시, 범죄없는 도시여만 한다! 저번처럼 덮는 게 안되면 뭐 어쩌자라는 건가? 범죄없는 도시를 만드는 게 정의고 경찰에 대한 신뢰야. 경찰은 시민의 신뢰위에 성림한다. 일단 덮고 나중에 해결하면 된다. 지금은 조용히 덮어버려!”
“그... 살해 당한 게….” 김형사는 끝을 흐렸다.
“이상철 일가입니다.”
맙소사. 큰일났다. 이상철 부부라 하면 세계적인 권위자가 아닌가.
“살인 사건에 범주에 넣을 수 있으면 다행인가요. 한 가족이 그… 몰살이 되었습니다”
박계장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식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공기가 무거워 지는 느낌을 받았다.
“젠장!” 박계장은 책상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쿵! 하며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자신이 무너져 내리는 것같았다.
박계장은 이제껏 비리를 많이 저질러온 있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범죄없는 도시라는 이상을 실현한 영웅처럼 보였다. 박계장의 권력은 있을 수 없는 이상위에 세워진 것이다.
뿌리없는 나무는 제대로 서지를 못한다. 그 꼴이 꼭 박계장 같았다.
“젠장! 젠장!”
박계장은 번쩍번쩍 빛이 나는 구두로 땅을 밟으려 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는 어두운 희망의 벨소리가 박계장을 사로 잡았다.
“박계장이다.” 날카로운 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신원 불명, 정체 불명, 이름은 송아람. 18살의 나이로 추정되는데. 어떤 사고로 기억을 잃어서 경찰서까지 걸어왔는데, 이 사건은 어떻게 덮냐고? 그건 네가 알아서 해!” 박계장은 전회기에 대고 화를 냈다. 고작 그런 사건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사건이 2개나 터졌다. 박계장의 경찰생활 중 이정도로 위험했던 적은 없었다. 박계장은 눈 앞이 컴컴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때 박계장의 머리속에 비수가 꽂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조용하고도 치밀하게, 이 사건을 덮을 계략을 떠올렸다. 그것은 너무나도 어두웠지만 박계장은 웃음을 지었다.
박계장은 전화를 쥐었다.
“그 사건, 내가 직접 지휘할테니 내 말대로 해, 그러지 않으면 바로 해고할테니 각오해.”
* * *
이기연.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김주훈의 눈 앞에는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이기연이 있었다.
그리고, 이기연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사람도 그 옆에 쓰러져 있었다.
같은 고등학생 2학년 친구인 이기연은 이번 주에 해외 출장가신 부모님이 돌아오신다구 해서 이번주 주말을 기대했었다.
그렇게 기대했었는데, 그녀와 그녀의 가족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
도대체... 왜?
그녀는 전교 1등인 고등학생이자, 나의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나를 라이벌로 삼았던 것은 내가 머리가 좋아서가 아닌 내가 가진 재능.
거짓말을 알아차릴 수 있는 재능이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머리가 썩 좋지 않았다. 나에게는 아무런 재능도 없었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나에게 유일하게 넘겨준 단 하나의 재능, 그것이 거짓말을 알아채는 재능이었다.
시험을 칠 때는 항상 선생님에게 가서 시험문제에 관한 질문을 하면, 어딘가 짚이는 점이 있어보이거나 어떨떨한 표정을 짓는다, 하면 나는 거짓말을 알아채는 재능으로 단번에 시험이 어디에서 나올지 대강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방식으로 시험을 쳐왔다. 초등학생, 중학생때는 항상 전교 1등이었다.
...어쩔 수 없잖아. 머리가 좋지 않으면 내가 가진 재능으로 승부해야 했다.
그런 재능도 진정 천재인 그녀를 이기지 못했다.
고등학생이 되고, 그녀를 만난 뒤로부터 시험을 칠때 마다 나는 만년 2등이었고, 그녀는 만년 1등이었다.
사실은 나는 그녀에게 승부조차도 성립하지 않는데도, 그녀는 나를 라이벌처럼 여겼다.
그래, 그녀는 나의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아니, 그녀는 나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
그녀의 붉은 선혈이 바닥의 틈을 따라서 내 발밑까지 다가왔다.
"아... 아아아아악!"
나는 마침내 그녀가 죽었다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로 그녀의 집에서 뛰쳐 나왔다.
내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놓쳤지만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휴대폰은 바닥에 투둑. 하고 떨어졌다.
그 휴대폰은 화면이 켜져 있었는데, 그 화면은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띄워져 있었다.
"김주훈, 지금 우리집 문 밖에 이상한 사람이 있어. 이 시간이면 우리집 근처를 지날테니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봐줘. 부탁할게."
* * *
"김형사, 그 말이 사실인가?"
박계장이 입을 조심스레 열었다.
"김형사, 그 살인사건 목격자가 김형사 아들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박계장은 이 살인사건의 목격자를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만들려고 한 게 애초의 생각이었다.
김형사의 아들이면 그렇게까지 하는 게 꺼려지긴 했다. 조금이지만.
차라리 그것보다 김형사의 아들을 살살 구슬려서 이 사건이 없었던 것으로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쪽이 더욱 좋았다.
"김형사, 아들에게 이 사건을 못 본 것으로 해주게."
"제 아들놈은 제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지라, 그렇게 잘 풀릴지는..."
"닥치고 내 말대로 햬!"
박계장은 책상을 쳤다.
그 소리를 듣고는 김형사는 전화를 어디론가 걸었다.
'이것으로 조용히 처리되겠군, 내가 쓸대없이 떠들었나? 암튼, 이상철 일가가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것으로 위장하면, 이 살인사건은 없었던 것으로 될 지 몰라." 박계장은 안도의 한 숨을 지었다.
띠리링. 박계장의 집무실의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형사, 전화 좀...."
아차, 김형사는 전화를 걸고 있었지.
박계장은 여유롭게 전화를 받았다.
"네. 박계장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번 살인사건을 취재하게 된 정기자입니다. 이번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뭐, 기자, 기자라고?
"그... 그거는 나중에 경찰측에서 기자회견을 열겠습니다. 공식입장은 그때 알리겠습니다. 그럼"
박계장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젠장, 벌써 기자의 귀에 들어가다니, 오늘은 운수가 별로 좋지 않았다.
* * *
'여기는 어디지?'
아무런 생각없이 걷고 있던 한 소녀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툭. 건너편에서 달려오던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소년과 부딪혔다.
"아... 죄송해요. 앞을 못 보고 다녀서"
앞에 쓰러져 있는 소년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러자, 나의 사과는 걱정으로 변했다.
"몸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아요?"
그제서야, 그 남자는, 제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몇 마디 혼자서 중얼거린 뒤.
"그... 그래 경찰에게 알려야...!"
죄송합니다. 한 마디도 없이 쌩 가버렸다.
경찰에게 알려야 한다니 큰일이 난 걸까?
방금 부딪혔던 소년에게 정신이 팔렸던 나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길을 걷고 있었다.
다시 곰곰히 생각해봐도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 이름도, 내 가족도, 자신이 무엇인지, 전혀.
아무 것도 모르는 삭막함에, 나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아니, 진정을 해보자. 이런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지?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숨을 돌리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았다.
그래. 나는 지금 병을 앓고 있어. 기억상실증이라는 이름의 병.
경찰에게 부탁을 하면 나의 가족을 찾아 줄 것이다.
나는 경찰서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그 소년도 경찰서에 갔던가?
* * *
이기연이 살해당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녀 정도의 천재라면 그런 것 쯤이야. 빠져나올 수단을 생각했을 거잖아...
왜 너가 살해당해야만 하는 거야...
툭.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던 같은 나이대로 보이던 소녀와 부딪혔다.
"아, 죄송해요. 앞을 못 보고 다녀서"
그 소녀는 나에게 사과를 했다.
나는 어떤 말도 건네 줄 수가 없었다. 내 머릿속은 이기연의 붉은 선혈만이 가득했다.
"몽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아요?"
소녀는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 보았다.
그런 걸 왜 나에게 물어보는 건데. 괜찮냐고. 그걸로 괜찮냐고 물어볼 사람은 따로 있잖아.
이기연의 죽음. 믿을 수가 없다.
아직도 믿지를 못하겠다.
도대체 누가.... 누가 죽인거야...
"그... 그래. 경찰에게 알려야...!"
경찰에게 알리자. 경찰에게 맡기자.
아주 마음에 안 드는 우리 아빠가 그 경찰서에 있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
반드시 그 범인을 놓치게 둘 수 없다.
* * *
"오늘은 경찰서가 조금 소란스럽구만"
언제나 경찰서를 살펴보는 것이 매일의 일과가 되어버린 정기자가 사건의 낌새를 알아챘다.
아까 전에 고등학생정도 되어보이는 남학생이 안색이 별로 좋지 못한 모습으로 들어간 후로 부터다. 그 후로 경찰서가 조금 소란스럽다.
경찰서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서 마시고 있던 커피를 내려놓았다.
지금이 호기다. 지금이 아니면 이 시완시 경찰의 약행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
지금까지 기회를 주지 않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사건이 좀 큰 모양이다. 그런 정기자의 촉은 박계장이 움직이기 전부터 발동을 했다.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해주세요. 아, 영수증은 필요 없어요."
현금보다 더욱 빨리 계산되는 카드로 커피값을 내고 커피숍을 나왔다.
별로 맑지도 않은 하늘을 보며 정기자는 생각했다.
'하늘이 나의 등을 한번 더 밀어주는 구나. 오늘은 운이 좋군. 이거 끝나면 복권이나 사 볼까.'
정기자는 경찰서로 발길을 돌렸다.
경찰서로 다가가니 아까의 남학생이 경찰서에서 나왔다. 그 남학생은 약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니들이 이러고도 인간이야!" 그 남학생은 경찰서를 향하며 소리쳤다.
망할 아버지. 하며 돌아서는 남학생을 붙잡았다.
"어... 학생. 왜 그러는 거니?"
그 남학생은 깜짝 놀라 나를 쳐다 보았다.
"아.. 별거 아니에요. 이만." 라고 말하며 뒤돌아 가려 했다.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운 것일까. 일단 나는 그 학생을 붙잡았다.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나는 명찰을 건냈다. 내가 내보일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의 미소와 같이.
내 명찰을 보며, 그 학생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 * *
경찰서에 간 뒤 경찰서에 근무하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찾았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그 모습은 불쾌한 모습이였으나 나는 꾸역꾸역 참으며 지금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아버지에게 호소했다.
"아버지... 제발, 내 친구 이기연의 살해사건을 조사해주세요."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버지는 근무하고 있던 것을 멈추고 나를 보았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보는 아들의 안부도 묻지 않고 사건 이야기에 대해 물었다. 경찰의 본업에 집중하려는 건지. 아들의 안부따위는 걱정하지 않은 무심한 아버지가 되어버린 건지.
"뭐? 살인 사건이야? 진짜?" 아버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살... 살인 사건도 그거지만, 피해자가 이기연이면 너의 친구 아니냐?"
"내 친구가 살해된 장소를 봤어요. 제발 이번만은 살인 사건을 묻으면 안돼요. 범인 잡을 거에요. 반드시 잡아야 해요!"
아버지는 내 목소리를 듣고 당혹히 여겼다.
아버지는 저번에 우리 엄마가 살해당한 살인 사건을 묻었다. 그 때 이후로 아버지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맨날 박계장 따까리 같은 짓만하고 그러고는 박계장을 무조건 적으로 신뢰하는 답이 없는 아버지다. 그런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보는 우리 아들의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나만 믿어."
아버지는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나를 안으려 했다.
"이 아버지는 너가 한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아서 잘 살아 있는가 걱정했단다... 너에게 사죄하며, 이번 사건은 반드시 내 손으로 해결하마. 다신 그러지 않을께."
나는 그런 아버지가 말할때마다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어떻게 저런 꿀 발린 소리로 '거짓말'을 하는 거지.
나의 눈은 절대 속일 수 없다. 입에 꿀 발린 소리만 잔뜩. 오랜만에 본 아들에게 '거짓말'을 하며 박계장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내 눈은 마음까지 읽어낼 수 있다. 자신있게 거짓말을 치는 모습에 나는 박수를 보낸다.
"미친놈" 내 목소리는 경찰서에 울려 퍼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하니까 미친놈 집에 들어가지 않는 거야!" 나는 울변을 토로하고 경찰서 뛰쳐 나왔다.
뒤에서 '아버지한테 무슨 소리냐.' '버릇없는 자식'이라는 말이 뒤에서 나를 쫓아 왔지만 나는 무시했다.
경찰서에서 나오면서 경찰서에 대고 욕을 했다. 니들이 이러고도 인간이냐고.
"어... 학생 무슨일이니?" 어떤 아저씨가 말을 했다.
이런, 좋지 않은 모습을 낯선 사람에게 보였다.
"아.. 별거 아니에요. 이만."
나는 등 돌리고 가려했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나를 붙잡았다.
"사실 나는 이런 사람인데." 하며 그 아저씨는 나에게 명찰을 보여주었다.
정기자. 정부기관 비리 전문 기자. 라고 명찰에 적혀있었다.
명찰에 본명을 적지않고 정기자만 달랑 적어 놓았다. 이 아지씨는 뭐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기자'였다.
그래. 이 사람이라면 이 살인사건을 수사하도록 경찰서를 움직이게 할 지도 몰라. 그 뿐만일까. 이 경찰서가 감춰왔던 수많은 사건을 재수사하도록 도울 수도 있다.
좋아. 결심했다.
"그럼 이 경찰서에 대해 알고 싶겠네요. 저는 이 경찰서에 대해 좀 알고 있는데." 나는 말했다.
그 아저씨는 씨익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당연하지. 이 아저씨는 이 경찰서에 대해 알고 싶어서 잠도 못 잘 정도라고."
'거짓말'이 아니다. '진실'이다. 진실. 정말 정말 진실만을 탐구하려는 기자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근처 커피숍이나 갈까?"
"좋죠. 그거."
나는 내 머릿속에 이기연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도록 하는 생각만이 내 머릿속에 있었다. 이기연. 너를 죽인 범인 꼭 잡게 해줄게. 기다리고 있어.
나는 별로 흐리지도, 맑지도 않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 * *
"간단한 인터뷰를 하지." 정기자가 말했다.
이 인터뷰는 성산시 경찰서의 박계장에 대한 진실의 일각을 파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 김주훈은 생각했다.
실제로 훗날 이 인터뷰는 성산시 경찰서의 박계장이라는 난공불락의 인물을 몰락 직전까지 몰아 넣은 중대 사건이 된다. 이 자리에 있는 김주훈과 정기자는 그런 사실을 육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박계장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말하면 되죠?"
정기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전화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
"박계장이라는 인물은 겉으로 보면 성산시의 구세주라고 말할 수 있어요. 범죄율이 완전히 0로 만들었죠. 이만한 크기의 도시에다 그렇게나 크게 범죄율을 줄어들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박계장은 그런 것을 해내는 사람인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이 뒤에는 음모가 있습니다. 사실 이만한 도시에 몇 년동안이나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분명히 범죄가 수차례 발생했을 겁니다. 그런데 왜 범죄율이 0이냐면요, 박계장이 그 모든 범죄를 전부 없었던 것으로 덮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정기자는 질문을 했다. "그러면 당신은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박계장은 겉으로만 본다면 범죄율을 0으로 만들어버린 신적인 인물입니다. 그런 그를 신봉하는 세력이 생겨났어요. 이때부터 박계장은 경찰서의 구조를 바꾸어 버렸습니다. 자신을 신봉하는 세력을 자기자신 주변의 높은 지위에 앉히고, 그를 배반하는 사람들은 다른 시의 경찰서로 추방을 시켰어요. 저의 아버지는 박계장을 신봉하는 세력의 일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 주변을 맴돌며 박계장에 관련한 어둠을 일부 알게 되었습니다."
"박계장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권력을 독점했다고 볼 수 있네요."
"네, 맞아요. 박계장은 그 권력을 사용해서 사건을 이제껏 덮어 왔습니다."
"박계장에 대해 말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기자는 녹음버튼을 눌러 녹음을 종료했다.
"정기자님 달랑 이것만 인터뷰해요?"
"일단은 이거면 박계장을 몰아가는 데에 충분해" 정기자는 미소를 지었다.
정기자는 이어서 말했다. "자, 이 녹음파일을 유출을 한다고 쳐봐, 그러면 박계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음... 잘 모르겠는데요. 제가 머리가 썩 좋지 않아서."
"박계장의 머릿속에는 이런 시나리오가 펼쳐지는 거야. 어? 누가 이걸 고발했지? 아, 내 친세력중에 배반자가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돼. 그러면 그 틈새를 파고들 기회가 생기지. 그래서 이 녹음파일이면 그들을 와해를 시키는 목적으로서 충분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을 했다.
정기자가 내 전화번호를 가져가면서 다음에도 잘 부탁한다고 했다. 정기자라는 사람은 뭐하는 사람일까. 보통의 기자와는 다른 것 같았다. 그의 행동은 방금 낚은 물고기를 미끼로 삼아 더 큰 물고기를 잡으려는 듯했다. 정기자의 눈에는 무엇이 보이는 것일까. 더 큰 것을 낚기위해 기다릴 줄 아는 그런 기자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제 슬슬 일어나지'라고 정기자가 일어나면서 말했다.
"...정기자님 잠깐만요."
정기자가 의아해 하며 뒤돌아 보았다.
"정기자님. 제가 이해가 안되는 게 있어요. 독심술? 그런 걸 좀 할 줄 알아는데, 솔직히 제가 오늘 인터뷰한 내용. 처음부터 다 알고 있던 내용이죠? 그 이외에도 뭔가 더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정기자는 눈을 크게 떳다. "에이 설마."
"제 별명이 인간 거짓말 탐지긴데 기자님의 거짓말도 못 알아챌 것같아요?"
정기자는 나한테 다가오더니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하고 속삭였다. "그럼, 부탁인데. 비밀로 해주라."
푸흡. 지적으로 보였던 정기자가 귀여워졌다. 그 모습에 피식하고 웃었다.
"의외로 정기자님은 귀여우시네요."
"시꺼 임마."
정기자와 나는 커피숍을 나왔다. 정기자는 경찰서를 보고 난 뒤 여러 감정이 드는 듯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결심이 섰는 모양인지, 눈을 가늘게 뜨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반갑습니다. 이번 살인사건을 취재하게 된 정기자입니다. 이번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정기자는 휴대전화에 대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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